동학농민혁명, 세계사의 가장 아름다운 시민혁명...지역주의 넘어야 '세계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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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세계사의 가장 아름다운 시민혁명...지역주의 넘어야 '세계화' 가능
  • 유기상 / 전북의소리
  • 승인 2024.04.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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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상의 전북 문화 이야기(36)

다시 무장기포와 아름다운 시민혁명을 생각한다 

4월은 혁명의 달이다. 9천년 민족사의 빛나는 한 마당인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의 출발점인 고창 무장기포일이 25일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바다같이 너른 꿈을 꾸다가, 짧고 굵게 살다간 풍운아 해몽 전봉준 장군의 처형일이 24일이다. 현대사의 민주학생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4ㆍ19혁명기념일도 4월이다. 목숨바쳐 나라를 바로잡으려던 선열들의 충정을 기리고 배우기는 커녕, 지역논쟁으로 이념논쟁으로 정쟁의 도구로만 삼는 우리사회의 중도없는 양극단주의 정치가 자칫 위험해 보인다.

역사는 역사적 사실대로 기록되는 게 아니라, 기록하고 평가하고 기억되어야 산 역사다. 혁명공약인 보국안민이 기록된 무장포고문이 나온 무장기포가 혁명 126년만인 2020년에사 고교 역사교과서 8종에 수록되었다. 그간 독립운동 하듯이 어렵게 연구해 온 연구자, 기념사업회, 유족회 등의 줄기찬 노력의 성과였다. 내친김에 고창의 주요 동학유적지의 문화재지정 작업도 이어졌다. 2020년에는 성지화사업 용역과 동상건립추진위 창립, 2021년 "전봉준생가 도기념물 지정", 성지화기본계획 확정, 22년에는 "고창무장동학혁명기포지" 국가사적지정과 성지화사업 투융자심사를 마쳤다. 고창의 동학 선열들께 퍽 죄송한 일이고, 너무나 늦었지만 우선 해야할 일들을 해냈다.

판소리 신재효와 동학 전봉준, 무장대접주 손화중은 왜 늦게 시작했는데도 급속히 세력을 키웠을까?

무장포고문과 무장이란 지명이 최소한 국내문헌 7개소, 일본신문에 3개이상 실려있고, 전봉준 판결문에도 "전라도 무장에서 일어나, 고부, 태인,원평, 금구 등처를 갈 새 ᆢ"라고 명시되어 있는데도불구하고, 공부를 하지 않고 딴지를 거는 일이 있다. 혁명후예로서 부끄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조용헌 교수는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운동가 신재효(1812~1884)의 혁명전초 역할을 강조한다. 최제우가 만든 폭탄을 신재효가 도화선을 깔아놓은 다음, 전봉준이 불을 질렀다고 비유했다.

혁명을 위한 떡밥을 동리가 던졌고, 해몽은 동리의 판소리 방죽에 낚싯대를 드리운 격이다. 동리사후 10년 후에 혁명이 판소리 본고장 무장에서 발발했고, 혁명군의 대표적 진군가가 판소리 춘향가였던 점, 홍낙관 등 소리꾼 재인부대가 큰 활약을 한 점 등을 보면, 신재효의 판소리운동은 혁명의 의식교육 구실을 톡톡히 한 것이다. 늦게 시작한 무장대접주 손화중의 세력조직이 판소리가 성행하던 고창 영무장 지역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것은 신재효의 의식화 기초작업 덕분이었다. 혁명이든 역사든 걸출한 영웅 혼자서 다할 수가 없는 법이다.

동학농민혁명처럼 아름다운 혁명은 없다 

 

조선사회의 강고한 신분질서와 사회모순을 판소리라는 예술로 판을 뒤집은 신재효는 아름다운 혁명가였다. 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가 꿈꾼 "아름다움과 혁명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실천한 동리는 나눔과 기부로 가진 자의 책무를 솔선하며 살았다.

혁명 연구자로 특히 일본내 사료발굴에 큰 역할을 한 박맹수 교수는, 무장포고문의 보국안민 사상은 한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가진자와 못가진 자들이 서로 돕고 살자는 유무상자(有無相資) 사상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평가한다. 그러한 나눔과 상생 정신의 실천으로 혁명기간 동안에는 굶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고자 부득이 의의 깃발아래 무기를 들었지만, '무장포고문'과 함께 발표된 4대명의(名義) 첫번째가 "사람죽이지 말고 재물을 상하지 말라는 불살인 불살물(不殺人 不殺物)"이었으니, 무장봉기 속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비폭력 상생사상을 실천한 시민혁명이 동학혁명 말고 세계사 어디에 있었던가? 아름다운 혁명이 한때는 반역죄로 동학란이란 누명을 쓰다가, 이제사 특별법도 제정되고 국가기념일도 제정되어,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사 최고의 아름다운 시민혁명으로 본격 조명되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아직도 속좁은 애향심과 지역주의가 혁명세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곰소만을 낀 고창 부안 정읍은 방장산, 두승산, 능가산을 전북의 삼신산으로 부를 만큼 한 생활권이다. 고부 황토현, 고창 무장기포지, 부안 백산이 이웃고을 같은 생활권이었고, 정읍, 고창, 무장, 흥덕,장성, 영광, 함평, 나주 등 주변 10여 현이 모두 무장에 본부를 둔 손화중 도소의 관할지역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시군경계와 과잉 지역주의에 계속 얽메인다면, 전국으로 세계로 나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상을 실천한 동학농민혁명"을 세계시민혁명사에 으뜸혁명으로 제대로 복권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시군경계안에 가두어 두고 내로남불을 일삼는 편협한 생각을 제발 좀 버리자. 고창에서 전국최고의 동학 세력을 경영한 정읍출신 무장대접주 손화중, 고창출신으로 고부에서 활약한 동도대장 전봉준을 어느 한 지역에 가두어서야 혁명이 되었겠는가?

초창기 정읍의 동학연구가로 혁혁한 업적을 남기고 정읍문화원장을 역임한 아산 최현식 선생은 고창 아산 출신이다.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중 누구 하나를 빼고 온전한 혁명사가 쓰여질 것인가? 고부봉기, 무장기포, 백산대회 중 우리동네 아니라고 하나라도 뺀다면 갑오년 혁명사가 아니다. 필자는 '반역향'이라 하여 지워버린 지명 고부시를 정읍시 통합당시에 고부시로 되살렸으면 생각했다. 지역소멸 위기와 농촌인구 급감으로 시군통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미 광역화장장, 광역재활용처리, 광역 관광협력 등 모범적인 상생행정을 실행해 온 고창군, 부안군, 정읍시가 언제가 고부시로 통합하는 방안을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해 본다.

남의 자식 죽여서 제 자식만 살리자는 지역이기주의...동학선열들께 죄짓는 일

퇴계 선생 증손주의 사망 일화는 유학자 퇴계의 동학에 앞선 평등정신 실천을 잘 보여준다. 서울사는 손부가 출산 6개월만에 둘째를 임신한 바람에 젖이 나오지 않아 암죽으로 아이가 연명하던 차에, 안동본가의 노비가 출산하자, 노비를 유모로 보내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퇴계는 "남의 자식을 죽여 네 자식을 살려서야 되겠느냐? 신분의 차가 있을지언정 생명에는 차별히 있지 아니하다"고 단호히 거절했고, 결국 증손주는 두 돌무렵 사망한다.

 

서학을 포용하면서도 다양한 사상을 인정하는 동학의 상생정신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병폐인 양극단 내로남불을 극복할 가르침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아름다운 상생의 동학사상과 혁명의 아름다운 실체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역을 살릴 자양분이다. 갑오년 목숨걸고 보국안민의 길을 나섰던 농민군의 수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자. 자기 동네 역사를 자랑하고 긍지를 갖는 연구야 많을수록 좋을 일이다. 우리동네 자랑하자고 이웃동네 역사를 깍아내리고 왜곡하는 일이 혁명후예의 이름을 빌어 자행되어서는 더는 아니된다. 동학선열들께 대죄를 짓는 일 아니겠는가?

- 기사 출처 : 전북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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