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물에서 꺼낸다
상태바
반구대암각화 물에서 꺼낸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4.26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에 40일↑ 침수 암각화
집중호우 때도 배수 쉽도록
2027년까지 수문 3개 설치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탄력
국보 반구대 암각화
국보 반구대 암각화

[울산시민신문] 현존하는 문화재 최고 가치로 평가받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구하기 위한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새긴 신석기 시대의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을 낀 절벽 아랫부분에 자리한 높이 4m 너비 10m 크기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바위 암석이다. 1971년 12월 발견돼 24년 만인 1995년 국보로 지정됐다.

암각화에는 고래 호랑이 사슴 등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58점의 고래사냥을 형상화한 그림은 선사인들이 거친 바다를 누비며 고래를 삶의 현장으로 끌어들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암각화로 평가를 받는다.

비가 많이 오면 만수위를 넘어 월류하는 사연댐.
비가 많이 오면 만수위를 넘어 월류하는 사연댐.

그러나 식수원인 사연댐 축조 이후 연중 40여 일 이상 침수가 반복되면서 상당 부분이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벽에 새겨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손상되고 있다. 

■ 환경부, 사연댐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

환경부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고자 사연댐 여수로에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문 3개를 설치하고 댐 내진성능을 높이기 위해 변경된 '사연댐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19일 고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사연댐에 폭 15m, 높이 7.3m 규모의 수문 3기를 2027년까지 설치해 2028년부터 평상시 댐 수위를 반구대 암각화 높이(EL.53.0m) 이하로 운영하게 된다. 

이 사업에는 2027년까지 총 647억 원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수문을 신설할 경우 암각화의 연평균 침수일은 1일 이하로 떨어지고 취수탑 내진 성능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와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오는 6월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그전에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 해결책을 공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사시대 생활상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당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온 나라가 떠들썩댔다. 인류사적 가치가 워낙 커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에겐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울산 시민 식수원인 사연댐 상류 저수구역 내에 있는 탓에 1965년 댐 축조 이후 59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물에 잠기고 있는 굴욕이다.


비가 많이 오면 만수위를 넘어 월류하는 사연댐.
여수로가 '월류형'이어서 여름철 집중호우 때나 태풍이 와 비가 많이 올 때는 댐 수위 53m부터 물에 잠기기 일쑤다. 물을 빨리 빼내기 어렵다 보니 연평균 42일은 물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바위 그림이라서 그렇지 사람이라면 아마 몇십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

■ 울산 식수 ‘대체 수자원’ 향배는

문화재 최고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시민 식수 문제는 울산시에겐 ‘양날의 검’이나 다름 없다. 반구대 암각화 침수 방지를 위한 거의 유일하고 확실한 해법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울산시가 암각화 보존의 시급성을 알면서도 그 명료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암각화가 있는 사연댐이 시민 식수원이라서다. 시민 식수를 담은 ‘물그릇’을 아무 대책도 없이 비워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댐 수위 낮추기 대신 제시됐던 다양한 대안들은 모두 실패했고, 묘수를 찾지 못해 시와 문화재청이 티격태격 보낸 시간만도 근 20여년에 달할 정도다.

2년 전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경북도, 대구시,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 간에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부족한 울산 식수는 청도 운문댐 물을 공급하는 ‘맑은 물 상생 협정’을 체결한 것도 그렇다.

이 협정은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채 대구와 구미 간 물 갈등으로 파기됐다. 낙동강 유역 지자체들이 조금씩 양보해 맑은 물을 나눠먹기로 한 약속이건만,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구의 ‘맑은 물 하이웨이’ 추진에 세부 사항은 사실상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문댐은 대구의 식수원으로, 대구가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등으로 ‘대체 수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서 운문댐 물 울산 공급 방안 추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기사 출처 : 울산시민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 회장 : 김갑동
  • 대표전화 : 031 -721 -9922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광명로 148 506호
  • 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